새로운 문화를 형성한 ‘MB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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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문화를 형성한 ‘MBTI’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어떤 사람은 감성적이고, 어떤 사람은 이성적이다. 또 누군가는 즉흥적인 반면, 누군가는 계획적이다. 이러한 사람들의 특성에 대해서 16가지 유형으로 인간을 정리한 것이 MBTI이다. 약 80억 명의 전 세계 인구를 단 16가지의 유형으로 분리시킨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분류된 자신의 성격 유형을 보며, 어느 정도의 신빙성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기업에서도 요즘 채용 시 가볍게 면접자의 MBTI에 대한 질문을 하곤 한다. 사람에 대해서 구체적인 모든 모습을 알 수는 없지만, 그 사람의 단편적인 모습을 알 수 있는 지표라고 취급이 되는 것 같다. 또한 요즘 사람들끼리 대화를 할 때에도, 상대방의 MBTI에 대해서 가볍게 물어보기도 한다. 아직 서로에 대한 공통점을 찾지 못했을 때, 아이스브레이킹 주제로 사용되는 것이다. 이때에 서로 같은 유형의 MBTI이거나 궁합이 잘 맞는 MBTI일 경우, 서로 빠른 속도로 친해진다. 그렇다면 MBTI는 도대체 어떤 것이기에, 이토록 계속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것이며, 그 매력은 무엇일까?

MBTI는 마이어스-브릭스 유형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줄임말이다. 개인이 쉽게 응답할 수 있는 질문을 제공하면, 응답자는 질문에 따른 본인의 판단 수준을 체크한다. 검사가 끝나면 본인의 유형이 정해진다. MBTI 유형을 통해서 자신의 유형을 16가지 중에서 찾을 수 있다. 카를 융의 성격 유형 이론을 근거로, 캐서린 쿡 브릭스(Katharine C. Briggs)와 딸 이저벨 브릭스 마이어스(Isabel Briggs Myers)가 이 검사를 제작했다. 이 검사는 크게 내향성과 외향성, 감각과 직관, 사고와 느낌, 인식 또는 판단으로 네 가지 범주를 지정해서 결과가 도출된다.

MBTI 유형은 총 3번의 변천 과정을 거쳤다. 최초의 MBTI 매뉴얼은 1962년에 출판이 되었는데, 이후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추가적으로 보완이 되었고, 1980년 메리 맥 카울리에 의해 추가 업데이트됐다. 또한 1985년에도 두 번째로 출판이 되었고, 가장 최근인 1998년에도 세 번째 판으로 출판이 되었다.

MBTI는 알파벳으로 유형화가 된다. 맨 앞에 오는 E(Extroversion), I(Introversion)는 순서대로 외향성과 내향성을 나타낸다. 선호하는 세계에 대해서 두 단계로 분리를 한 것이다. E의 경우 세상과 타인에 대해서 더 선호하는 것이고, I는 내면세계를 탐구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들어오는 영어 알파벳은 N(iNtuition), S(Sensing)이다. 이는 순서대로 직관과 감각을 나타낸다. 인식 형태에 대해서 두개로 분리한 것이다. N은 실제 너머로 인식을 하는 것을 뜻하고, S는 실제적인 인식을 뜻한다. 쉽게 말하면 N은 상상력이 풍부하다고 볼 수 있고, S는 보다 현실적인 사고를 추구한다고 말할 수 있다. 다음으로 들어오는 알파벳은 F(Feeling), T(Thinking)이다. 판단 기준에 대해서 이분화한 것이다. F는 관계와 사람 위주로 판단을 한다고 볼 수 있고, T는 사실과 진실 위주로 판단을 한다. 이 때문에 F는 좀 더 감성적, T는 보다 이성적이라는 타이틀이 있다.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알파벳은 P(Perceiving), J(Judging)이다. 이 두 가지는 생활양식에 대해서 두 가지로 나눈 것이다. P는 인식을 뜻하며, 즉흥적인 생활을 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J는 판단을 뜻하며 계획적인 생활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 검사의 가장 큰 매력은 ‘나’라는 사람을 정의 내릴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때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본인의 행동을 보며 당황할 때가 있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라면서 본인을 합리화하기도 한다. 다른 경우로는, 남들에게 나라는 사람을 설명할 때이다. ‘나’라는 사람에 대한 개념이 잘 잡혀 있지 않다면, 남들에게 ‘나’를 소개하는 것은 더더욱이 버거운 일이다. 이때에 MBTI 지표가 유용하게 사용된다. 내가 어떠한 행동을 할 때, ‘아 나는 이런 사람이라서, 이런 행동을 보이는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이 스스로 하는 모든 행동에 있어서 변명이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하나의 지표를 통해서 본인을 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사용이 될 수 있다. 또한 남들에게 자기소개를 할 때, 자신을 정의 내리기 어렵다면 MBTI의 성격유형으로 본인을 설명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의 결과가 INFJ라고 나왔을 경우이다. “저는 스스로 탐구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기며, 상상력이 뛰어나 창의성이 좋은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타인이 말할 때에 경청하고, 공감력이 높고, 일을 처리할 때에 시간 단위로 계획적으로 짜는 편입니다.” 이는 MBTI를 통해서 성격을 풀이한 것이다. 남들에게 나를 어필해야 할 때에, 적절한 MBTI 사용은 나를 보다 잘 설명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경계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 MBTI 지표가 다른 심리 지표에 비해서 신뢰성과 타당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다. 유효성이 낮고, 신뢰성이 낮으며, 항목들이 비독립적이며, 결과가 모든 것을 포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MBTI 검사를 누구와 함께 있느냐, 또 어느 공간에서 실시하느냐, 어떤 상황에 처해있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다르게 나오기도 한다. 또한 응답자가 실제 본인에 대해서 응답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바라는 상을 바라며 응답하는 경우에도 오류가 나올 수 있다. 이 때문에 MBTI 검사 후 재검사에 대한 신뢰성은 매우 낮은 경향이 있다. 실제로 불과 5주 만에 재검사한 응답자 중 39%에서 76% 사이가 다른 유형으로 나왔다는 결과가 있다.

가볍고, 대화의 주제로 MBTI 검사 결과를 사용하는 것은 좋지만, 이에 과하게 몰입하여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I 유형은 사회성이 부족할 것이다’, ‘P 유형은 즉흥적이라서 일을 계획적으로 처리할 수 없을 것이다’, ‘T 유형은 공감성이 결여됐다’ 등의 추측은 대표적으로 잘못된 판단 사례들이다. 또한 앞서 말한 듯이, MBTI 결과로 본인의 행동을 합리화할 수 없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니까 이해해 줘.’ 등의 행동은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행동이다. MBTI 검사를 친해지기 위한 가벼운 수단으로서 즐긴다면, 이로 인한 오해나 이슈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문화를 형성한 ‘MBTI’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