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과학은 서로 큰 연관이 없는 분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스포츠와 과학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다. 사례를 통해 현대 스포츠에서 과학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장미란 선수의 이야기다. 장미란 선수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다. 이에 감독과 코치, 연구원들이 함께 이유를 분석하였다. 이들은 장미란 선수가 바벨을 들 때 사용하는 근육들의 근전도를 측정하는데, 이 결과 왼쪽 승모근이 다른 어느 근육보다도 높고 오른쪽 승모근에 비해서는 4배에 가까운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1초에 백장이상의 촬영을 하는 고속 카메라를 설치하여 장미란 선수의 자세를 파악하였다. 이런 과학적 분석에 힘입어 장미란 선수는 1년여간의 자세 교정을 통해 좌우 근육의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의 영광을 얻게 된다.
영국 사이클 팀은 76년간 단 한개의 금메달만을 딴 팀이었다. 이 팀은 첨단 과학을 활용하는 지도자를 만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트랙 사이클에서 금메달 10개중 7개를 따내는 업적을 세운다. 4년 후 런던 올림픽에서도 똑같은 성적을 내며 다시 한번 그들의 실력을 입증한다. 당시 영국 사이클 대표팀의 코치였던 데이브 브레일스포드는 이전의 모든 경기를 정밀하게 분석하였다. 경영학의 ‘한계이득 이론’을 팀에 적용하고, 풍동실험을 통해 유체역학적으로 공기저항을 줄였으며, 공학적 분석으로 바이크의 성능에 관련된 요인을 규명하였다. 다양한 분야에 세심하게 과학을 적용하여 큰 경기력 향상을 이루어 낸 것이다.
미국 수영 대표팀은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BMW사에서 지원한 모션 트레킹 시스템을 활용하여 선수들에게 최적화된 영법을 찾았다고 한다.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선수의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는 센서를 디자인하였고, 이 센서는 선수의 어깨, 고관절, 무릎, 발목과 발 끝에 부착되었다. 수영선수의 모션을 감지하고 기록하여 선수들의 기록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준 것이다.
그렇다면 역도, 사이클, 수영과 같은 기록의 스포츠가 아닌 팀 스포츠인 축구의 경우에도 과학이 적용되고 있을까? 물론이다. 손흥민 선수가 입고 있는 검은색 조끼는 EPTS(Electronic Performance Tracking System)이라고 불리는 장비다. EPTS는 선수의 활동량, 최고속도, 심박수, 등을 측정하고 GPS 기술을 통해 선수가 움직인 거리, 공격 및 수비 방향, 슈팅 패스 성공률, 스프린트 횟수 등을 수집할 수 있다. 수집된 정보는 바로 코치진에 전달되어 선수의 상태를 파악하고 전략을 짜는데 도움을 준다. ETPS가 수집하는 정보를 통해 선수의 성향과 운동능력과 혹시 모를 부상까지 미리 예방할 수 있어 매우 효과적이다. 최근에는 축구 외에도 농구, 풋볼, 아이스하키 등 다양한 종목에서 이 장비를 도입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며 화제가 되고 있는 오타니 선수다. 자세히 보시면 팔목에 검은 밴드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밴드는 Motus사의 ‘PULSETHROW’라고 불리는 정밀 측정 장비이다. 투구과정에서 팔꿈치에 발생하는 힘과, 공을 놓을 때 지면과의 각도, 팔의 속도 등을 측정하는 장비로 부상이 우려되는 점이나, 투구 폼을 교정하고 누적되는 피로도를 측정할 수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선수의 입장 위주의 설명을 하였다면, 이제는 스포츠 과학이 시청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알아보자. 스포츠 경기에서는 종종 오심이 발생하거나 심판이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발생하곤 한다. 대표적으로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마라도나가 손으로 골을 넣는 ‘신의 손’이라고 불리우는 장면이 있었다. 심판의 판정이 얼마나 불완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유명한 사례이다. 이런 경우 일부 시청자들은 분노하거나 경기에 흥미를 잃게 된다. 현재는 센서, 카메라, 드론 등을 활용한 VAR이 활용되고 있다. 심판이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녹화된 화면을 통해 VAR심판이 판독을 하고 이를 통해 더욱 공정한 경기를 진행할 수 있다.
IoT기술은 터치아웃이나 골 여부를 판독하는데 활용된다. 경기장과 골대, 라인 주변에 자기장을 형성하는 센서를 부착하여 센서가 부착된 공이 자기장 내부의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 판독한다. 이를 통해 공이 라인에 걸쳤는지, 확실하게 라인을 넘어갔는지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과거에는 논란이 될 수 있는 판정으로 인해, 양팀의 팬들, 지역 및 국가,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 사이의 심한 갈등이 생기고 때로는 폭력적인 장면이 연출되기도 하였다. 이제 시청자들은 이제 조금은 안심하고 경기를 지켜볼 수 있지 있을 것이다. 발전하는 기술이 스포츠를 더욱 공정한 경쟁으로 만들 수 있기를 기원한다.
이처럼 과학기술은 스포츠의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되고 있다. 선수의 신체적 특성, 자세를 분석하여 기록을 향상시키는데 활용되거나, 선수의 몸 상태, 플레이 스타일를 분석하여 선수에게 더 적합한 역할을 주고 선수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을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선수들의 운동능력과 기록향상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의 무리한 운동으로 인한 부상을 미리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경기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수 본인의 건강이기 때문이다. 많은 선수들이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인해 팬들과 작별을 고하곤 하는데 이런 과학 장비를 통해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면 선수와 팬 모두에게 정말 좋은 일일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스포츠에 어떤 미래를 가져올까? 선수들의 최고의 경기력과 운동능력, 효율적인 전략 사용으로 더 즐겁고 매력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혹은 데이터를 통한 효율추구에 의해 냉정하고 삭막한 시대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아직은 알 수 없지만 과학기술의 적용이 스포츠를 조금 더 안전하고, 공정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앞서 언급했던 스포츠 장비 대부분이 아직은 프로 선수들을 위해 쓰이고 있지만, 머지않아 스포츠를 즐기는 일반인들에게도 보급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학기술과 함께 모두가 지금보다 더욱 안전하고 즐겁게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오기를 기원하며 글을 마친다.
이젠 스포츠도 과학의 시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