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경제학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인간은 이기적이며 합리적인 존재’이다. 주류 경제학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매우 세련되어 보인다. 인간 사회를 수식과 그래프로 설명하는 방식이 경제학을 공부한 이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세상을 정말 수식과 그래프로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모든 인간은 합리적으로 행동할까? 조금만 생각해봐도 그렇지 않은 부분들이 많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사실 인간은 항상 이기적이고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인간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비합리적인 결정으로 종종 손해를 입기도 한다.
이처럼 주류 경제학에서 설명하지 못하거나 설명하기 어려운 내용을 행동경제학이란 분야를 통해서 설명하는 학자들이 있다. 기존의 합리적 인간관을 깨고 비합리적 인간관을 전제한다. 행태경제학이라는 이러한 분야는 짧은 연륜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경제 위기의 반복 속에서 비주류에서 주류 경제학자들의 관심과 인정을 받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다니엘 카너먼, 로버트 실러, 리차드탈러 등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배출하며 경제학의 새로운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인간의 경제학>은 <미시경제학>이라는 한국 경제 학도의 바이블을 저술한 이준구 교수의 행태경제학에 대한 책이다. 경제 학도라면 그가 쓴 책을 최소한 한 권 이상 읽었을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이준구 교수는 기존의 경제학이 설명해 주지 못하는 인간의 행동 양상을 설명하는 행태경제학을 통해 경제학에 대한 회의를 시원하게 날려버리고 경제학의 인간적인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또, 자신이 느꼈던 따뜻한 경제학을 대중들에게도 더욱 널리 전달하고 싶어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인간이 완전한 존재가 아닌 불완전한 존재임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점을 삼다 보니 저자는 경제학에 비로소 인간적인 부분이 가미된다고 반가워했다.
행동경제학을 알게 된 건 저자의 다른 저서인 미시경제학이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사실 미시경제학에서는 매우 적은 비중으로 다뤄지기 때문에 거의 수박 겉핥기 식으로 보고 넘어갔었다. 본격적으로 관심 갖게 된 계기는 2017년 리처드탈러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게 되면서부터이다. 사실 경제학을 깊게 공부해보지 않아서 인간의 합리성이라는 기반을 의심해본 적이 없다. 모든 비합리적인 행태도 결국 합리적인 행동의 결과물이라고 믿었다.
이준구 교수의 <인간의 경제학>을 읽으면서 비합리적 인간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고, 필자가 그간 배워온 것들이 진리는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여러 가지로 넓혔다는 점에서 이 책에 감사하다. 실제로 행동경제학은 주류경제학을 보완했다는 정도에 그칠 뿐 아직 주류를 대체하지는 않았다는 것이 통설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조금 늦은 편이지만 점차 교과과정에 개설되고 있는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고, 향후 10년 사이에 그동안 정체되어있던 미시경제학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