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냉 좋아하는 사람 모여라~ 서울 평양냉면 맛집 모음 : 을밀대, 필동면옥, 능라도, 우래옥

여름 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뭐가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냉면’. 냉면의 계절이 돌아왔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물냉파’ 인가 ‘비냉파’ 인가? 혹은 ‘함흥냉면파’ 와 ‘평양냉면파’인가? 냉면에 식초와 겨자를 넣어먹는 사람들에게 ‘애송이’라고 말할 정도로 냉면러버들은 육향이 나는 육수랑 메밀면을 즐긴다고 한다. 처음에 먹는 사람들은 슴슴하면서도 걸레 빤 것 같은 이 맛이 무슨 맛인지 잘 몰라 사이드로 시킨 녹두전을 먹기 바쁘다. 며칠 뒤, 문득 평양냉면의 슴슴함이 생각이 난다면 평냉중독 초기증상이다. 육수부터 마시고 면을 살짝 풀어서 입에 들어가는 순간 북한사람이 되어 추운 겨울이 생각이 날 것이다.
메밀은 글루텐 성분으로 이루어져있어 만들기 까다로운 작물이다. 손이 많이 가고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조선시대 중기까지는 겨울철 인기메뉴로 소수의 양반가에서 먹던 음식이었다. 17세기 후반 평안남도 대부분에 냉면을 흔히 사먹을 수 있어지며 대중적인 음식이 되었다. 왜 겨울철 음식이었을까? 겨울은 춥고 길다. 동부와 북부는 산악지역으로 흔한 작물이 메밀이었다. 늦가을부터 겨울에 메밀의 수확시기여서 국수를 만들어 먹는 문화가 생겼다.
따뜻한 국수에 말아도 됐었지 않을까? 메밀의 글루텐 성분이 뜨거운 물과 만나면 풀어져버린다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차가운 국수로 만들어 먹는다. 하지만 북한의 냉면은 국물을 얼리는 것을 금하고 있다. 국물이 얼면 맛이 변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국물은 차가운 편이다. 또한 냉면을 잘라먹지 않는다. 탈북자들은 남한에서 가위로 면을 잘라먹는 모습에 놀랐다고 한다. 북한의 평양냉면을 남한식 입맛에 맞춘 평양냉면이 우리가 접하는 평양냉면이다.
필자가 추천하는 서울 평양냉면 맛집을 소개한다. 다음은 미쉘린 가이드 서울에도 선정된 <필동면옥>이다. 서울특별시 중구에 위치해있으며 4호선 충무로역 1번 출구에서 가까운 편이다. 은은한 육수와 냉면 위 고춧가루는 의외의 조합을 이룬다. 사실 항상 올라가 있어서 고춧가루의 맛인지 원래 육수의 맛인지 모를 정도의 양이라 육수 자체 본연의 맛이라고 생각한다. 이 곳의 가격도 13,000원이다. 앞서 말했듯 면을 풀기 전 육수를 맛 봐야한다. 면을 풀면 메밀의 향이 섞이면서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곳은 다른 집보다 면이 얇다는 점과 만두에 수주와 두부가 들어가있는 점이 특징이다. 평양냉면을 먹을 때 녹두전을 필수로 시켰다면 필동면옥에서는 만두를 시켜 먹어야 한다. 을밀대보다 더 슴슴한 맛이 나고 여름보다는 가을에 먹으면 딱 좋은 맛이다. 더위가 가시고 하늘이 맑고 높아질 때, 기운이 없을 때 평양냉면을 먹어봐라. 아무맛도 느끼질 못할거 같은 이 냉면의 맛을 천천히 음미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면수를 주지 않는 집, <능라도>를 추천한다. 소개한 평양냉면 집 중 비싼 편인 15,000원이다. 능라도는 체인점이 많아서 다 쓰기 힘들지만 본점은 성남 분당에 있다. 오이와 파 노란 계란 지단이 가득 올라가 있어 색감이 예쁘다. 계절에 따라 메밀과 전분의 비율을 달리해 반죽을 다르게 한다고 한다. 그래서 먹을 때마다 맛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담백하고 깔끔한 맛은 변하지 않는다. 질기지 않고 잘 끊기는 메밀면을 좋아한다면 추천한다. 여기 녹두전도 한 몫한다. 두툼한 녹두전에 절임류랑 함께 먹으면 입에서 조화롭게 섞이는데 그 맛이 정말 일품이다.
이 집을 추천 안하면 섭섭하지. 바로 <우래옥>이다. 미쉘린 가이드에도 선정됐고 교통편도 좋다. 2호선 을지로 4가역 4번출구 바로 앞에 위치해있다. 가격은 16,000원이다. 주문할 때 기본으로 나오는 소고기 편육이 아닌 제육으로 바꿀 수도 있다. 소고기보다 제육을 좀 더 많이 주는 편이니 고기를 많이 먹고 싶다면 고기 변경을 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70년 넘은 전통의 맛을 가진 가게답게 우래옥의 평양냉면은 계란을 삶거나 지단을 썰어두지도 않았다. 면수를 마시고 있으면 냉면이 나온다. 역시 국물을 먼저 맛보고 면을 섞으며 먹는다. 국물은 육향이 확 느껴질 만큼 끝내준다. 면은 또 어떤가. 메밀향이 잘 느껴지고 거친면발을 자랑한다.
물론 필자가 적은 곳 말고도 맛집들이 많은 걸 안다. 다 적지 못해 아쉽지만 내 기준 맛집들을 추천해봤다. 모두 평양냉면 물냉면을 소개한 글이고 무더위 속 입맛이 사라졌다면 다들 평양냉면 한 그릇씩 먹는 건 어떨까? 이상 소개를 마치겠다.
평냉 좋아하는 사람 모여라~ 서울 평양냉면 맛집 모음 : 을밀대, 필동면옥, 능라도, 우래옥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