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새 연호 ‘레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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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Pixabay

일본의 연호는 일본전통달력 와레키에서 연도를 세는 단위이다. 천재지변이 있거나, 왕이 즉위할 때 마다 새로 정해진다. 하지만 현대에는 천재지변으로 바뀌는 경우보다 후자의 경우로 새로 정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아키히토 일왕이 이달 30일 퇴위하고, 나루히토 왕세자가 다음달 1일 즉위한다. 따라서 현재 연호인 헤이세이는 5월 1일 0시를 기해 새로운 연호로 변경된다. 아키히토 일왕이 왕위에 오른 1989년 1월 8일부터 사용된 헤이세이는 30년 4개월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새 연호는 1979년 시행된 연호법에 따라 일본 정부가 결정할 권한이 있다. 따라서 지난달 14일, 일본 정보는 새로운 연호 선정을 위해 전문가들을 모아 후보를 제출하도록 했다. 같은 날 오전, 각계 전문가 9인이 참여한 간담회에서 새로운 연호 후보를 좁힌 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중참양원의 의장, 부의장에게 의견을 물었다. 이후 아베 총리가 주재하는 각료회의에서 최종 회의를 거쳐 새 연호 ‘레이와’가 선정되었다.

​연호는 두 자의 한자로 이루어진 단어로 읽고 쓰기 쉬워야 하고, 국민의 이상과 어울리는 의미를 가져야 한다는 기준이 있다. ‘레이와’는 사람들이 아름답게 마음을 주고받는 가운데 문화가 태어나 자란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새 연호인 ‘레이와’에 대해 “봄의 도래를 알리는 멋지게 핀 매화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이 내일의 희망과 함께 각각의 꽃을 크게 피울 수 있고, 그런 일본이 되기 바란다는 소원을 담아 결정했다.” 고 밝혔다. 또 “새 연호가 널리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져 일본인의 생활 속에 깊이 뿌리내리기를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연호의 출전인 ‘만요슈’는 일본 최고의 시가집이다. 또한 이는 1200여년 전 편찬된 일왕과 왕족, 귀족뿐 아니라 농민 등 폭넓은 계층의 사람들이 읊조린 노래가 수록돼 있는 일본의 풍부한 국민문화와 오랜 전통을 상징하는 국서이다.

​645년 고토쿠 일왕 재임 당시 최초의 연호 ‘다이카’를 제장한 이후 248번째 연호이다. 일본은 그간 중국 고전에서 연호를 인용해왔다. 일본 고전에서 인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국민들은 연호가 자국의 고전에서 나왔다는 점에 대해서 자긍심을 가질 것으로 생각된다.

​일본은 국왕이 있다. 따라서 독자적인 연호가 있다. 국왕이 있는 나라의 국민들은 어떤 신념을 갖고 사는지 궁금하다. 분명 과거의 ‘왕’으로서 군림하는 이미지는 희석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권위는 나름대로 지켜지고 있다.

​반면 일본은 아시아에서 일찍부터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이다. 직접선거에 의해 국회의원이 선출되고, 국회의원들이 수상을 선출한다. 그럼 일본인들에게 연호는 어떤의미를 가질까? 왜 연호를 처음 사용한 중국조차 사용하지 않는 제도를 고수하는 것일까?

​일왕은 자국민을 군림하고 통제하는자가 아니다. 태평양전쟁 패전 후 제정된 새 헌법에서 국민통합을 상징하는 지위로 변모하였다. 연호도 그런의미이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단어를 갖고 국민통합의 촉진과 목표의식을 각인시켜 주는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해 나갈 것이다.

​물론 천황제에 반대하는 단체인 반천황제운동연락회 등 일부 단체는 천황제와 연호의 폐지를 요구하고있다. 그러나 나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그것의 당부당을 떠나 그냥 그러한 사실 자체만을 알고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