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5월 18일 유엔(UN)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적인 식량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이번 분쟁이 “식량부족으로 인한 영양 부족, 대규모 기아, 기근의 낭떠러지에 위태롭게 서 있는 수천만의 사람들을 밀어버릴 위협”이 될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그리고 현재 그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이번 전쟁이 식량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이유는 우크라이나가 세계적인 곡물 수출 국가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밀과 옥수수 수출이 각각 세계 5위(8%), 3위(13%)로 세계적인 곡물 대국이다. 해바라기유 수출량은 무려 세계 30%를 차지하고 있어 1위이다. 하지만 전쟁은 우크라이나의 비옥한 농토를 파괴하고, 식량 수출길마저 초토화시켰다. 러시아의 흑해 함대는 우크라이나 최대 수출항인 오데사 항구를 봉쇄하고 있다. 오데사 항구는 우크라이나 밀 수출의 95%를 담당하는데, 2200만톤의 곡물과 해바라기유 등이 해상 봉쇄로 인해 묶여 있는 실정이다.
악재는 이것 만이 아니다. 이미 기후변화로 인해 세계 농업평균생산량이 20%이상 감소했다. 라니냐 현상이 여름까지 지속되고 되면서 세계최고의 농업생산국중 하나인 미국과 아르헨티나는 기록적인 가뭄에 고통받고 있다. 인도는 폭염으로 인해 밀 수출을 금지했고, 설탕 수출 제한 조치도 내놓았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6개국이 식량 수출 통제를 시작했고 이는 전 세계의 15% 수준이라고 전한다 국제 밀 가격은 연초 대비 50%이상 상승하였다. 22년 4월 기준 옥수수의 값은 9년만에 최고점을 달성했다.
현재 진행형인 식량 위기는 더욱 장기화되고 심화될 전망이다. 보통 5~6개월 어치를 미리 구입하는 곡물 수입의 특성상 곧 우크라이나 전쟁이 본격적으로 곡물 수급에 영향을 끼칠 예정이다. 전쟁이 초기 예상과 달리 장기화되고 있고 미국의 기록적인 가뭄은 내년 수확량을 크게 하락시킬 것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7번째로 곡물 수입량이 높은 나라이다. 곡물 소비량의 70%이상을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는 이미 소비자 물가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식용유와 밀가루의 가격은 이미 급등한 상태이며, ‘해태제과’와 ‘롯데제과’는 대표 과자 제품인 ‘허니버터칩’ ‘빼빼로’의 가격을 10%이상 올렸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1인당 식용유 구매 수량을 두개로 제한하기도 했다. 식당과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밀가루 사재기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곡물 가격의 상승은 고깃값의 상승 또한 유도한다. 사료용 곡물의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국내 삼겹살 1kg의 소비자 가격은 전년대비 15.4% 상승하였다. 식품 가격의 인플레이션은 연쇄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인플레이션을 유도한다. 통계청은 이번 소비자 물가 상승이 4.8%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상승률이라고 기록했다.
한국보다 더 큰 영향을 받는 지역은 만성적인 식량위기에 처해있는 아프리카 지역이다.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6월 20일 아프리카연합 대상 연설에서 “러시아가 아프리카를 인질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의 식량 부족으로 인한 고통이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치솟은 식량 가격으로 인해 더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다양한 수출 루트를 마련해 아프리카 대륙에 확산하고 있는 기근 공포를 막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전쟁이 종식되고 오데사 항구를 통한 해상 수출이 정상화되지 않는 한 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적인 식량위기의 해법은 바로 ‘식량 자급률’에 있다. 식량 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의 경우 우크라이나 사태와 같은 변수로 인해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농업에 유리하지 않은 자연환경을 갖춘 우리나라가 어떻게 식량 자급률을 높일 수 있을까?
미국의 첨단 실내 농업 기업인 ‘앱하비스트(AppHarvest)’는 수경재배와 AI, 사물 인터넷, 로봇 기술을 접목하여 생산성을 높였다. 실내에서 흙 없이 작물을 제배하고, 층 구조의 재배 방식을 통해 좁은 공간에서 기존 농지보다 8배 이상의 작물을 수확할 수 있다. 또한 인공으로 온도와 햇빛, 강우량을 조절할 수 있어 기후 변화에도 대비할 수 있다. 주어진 농업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스스로 환경을 창조할 수 있는 것이다.
위와 같이 직접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도 있지만,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기업의 방식도 있다. ‘트릿지(Tridge)’는 각국의 현지 직원과 AI로 전 세계 수백만 공급자가 생산하는 15만종의 농산물의 데이터를 집대성하여 데이터 기반 농산물 거래 플랫폼을 구축하였다. 구매자와 판매자간 정보의 비대칭을 줄여 식량 인플레이션을 막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은 이번 세계적 식량 위기 사태를 통해 경각심을 가지고 식량 자급률 확보를 위한 투자를 할 필요성이 있다. 심화되는 이상 기후와 국제정세의 변화, 식량보호주의는 식량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 극명하기 때문이다. 첨단 기술을 통해 한국이 식량 자급률을 높여 식량자원으로 인해 고통받지 않는 미래를 상상하며 글을 마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식량위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