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불피해지역 복구를 위해 나선 작은 영웅들, ‘산타독(Santa Dog)’
2022년 동해안 지역에 연쇄적으로 산불이 발생하였다. 방화와 기후변화 등의 이유로 발생한 불길은 쉽사리 진압되지 않았다. 며칠 동안 이어진 대형산불로 산림은 파괴되었고 마을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다.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피해지역 주민들은 피해복구를 위해 노력 중이다. 망가진 산림을 복원하고 이재민들을 돕기 위해 여러 기업과 단체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기부금을 전달, 이재민들을 위한 쉼터를 제공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도움을 주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킨 유기동물 단체의 이색적인 봉사활동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산불로 황폐해진 지역에 작은 영웅들이 등장했다. 타버린 산을 위해 산을 타는 강아지, 일명 ‘산타독(Santa Dog)’. 이 캠페인은 황성진 쏘셜공작소 대표 겸 한국유기동물보호협회(AHA) 대표에 의해 기획되었다. 황성진 대표는 2017년 반려견 3마리에게 씨앗주머니를 매달고 칠레 산불피해지역을 누비게 했던 비영리단체 ‘Pewos’ 활동가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그는 “개들은 산의 비탈면처럼 사람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곳도 다니고, 씨앗을 뿌리는 범위도 사람보다 훨씬 넓다”며 산림 복원에 힘이 되었으면 한다고 인터뷰 했다.
산타독 캠페인(이하 산타독)은 말 그대로 반려견이 오프리쉬 상태로 더덕, 도라지 등 지역주민이 원하는 씨앗 주머니를 매단 채 자유롭게 피해지역을 누비는 활동이다. 강릉과 안동에서 두 차례 봉사가 진행되었다. 사람들이 일일이 직접 심어야 했던 씨앗을 반려견들은 그저 신나게 뛰어 놀면서 도움을 준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산타독이 반려견만의 봉사활동은 아니다. 반려견 기초 훈련법 교육이나 레크레이션, 가드닝 등을 통해 반려인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반려인들 또한 산림 복원에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게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모든 봉사를 마친 후, 산타독은 반려견의 얼굴이 들어간 감사장과 반려견 용품을 나눠주며 캠페인 참여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반려인과 반려견 모두에게 의미 있는 활동이었음을 알려주는 듯한 마무리다.
참가했던 팀들이 좋은 취지의 산타독을 SNS에 홍보를 하면서 반려인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무더운 여름날씨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봉사지역인 안동은 선착순 40팀 신청이 순식간에 마감되었다. 관계자 말에 의하면 40팀을 뽑는 자리에 100팀 이상이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산타독의 선한 영향력을 알아본 것은 반려인들 뿐만이 아니다. 많은 반려동물 관련 브랜드와 반려동물학과 학생들, 일반 기업들이 협찬 혹은 봉사를 하며 이 캠페인을 지지했다.
나 또한 참가자 중 한 명이다. SNS 홍보 포스터를 통해 산타독이라는 캠페인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이다. 사람이 동물과 자연을 위해 봉사하는 것은 모두가 익숙할 것이다. 그러나 반려견이 인간과 자연을 위해 봉사하는 것은 너무 낯선 설정일 것이다. 산타독은 안내견 이외에는 반려견이 주체가 되어 하는 봉사에 대해 잘 알지 몰랐던 나에게 흥미롭게 느껴졌다. 첫 번째 봉사지역이었던 강릉 옥계면에 도착했을 때 많은 인파로 북적거렸다. 6시간 가량의 봉사활동을 위해 전국에서 사람들과 반려견들이 모인 것이다. 아마 봉사시간 보다 강릉 왕복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팀도 있었을 것이다. 다들 기쁜 마음으로 참가했지만 따가운 햇빛과 바닷바람을 맞으니 봉사가 진행될수록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우리의 반려견들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얼굴로 뛰어다니며 본인이 맡은 임무를 즐겁게 수행하고 있었다. 봉사가 끝난 후에도 강릉을 여유롭게 돌아다니며 반려견과 여행을 하기도 했다. 비록 몸은 힘들었지만 반려견과 함께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꼈고 꼭 여행을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아서 좋았다. 산타독과의 인연은 두 번째 봉사지역인 안동 봉사활동도 지원하게 되면서 이어졌다. 반려견과 봉사하면서 추억도 쌓을 수 있을 있는 산타독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 것이다.
반려인 1500만 시대.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예전에 비해 개선된 점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유기 혹은 학대 등 사회적 이슈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이제는 반려견이 주체가 되어 봉사하는 캠페인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시대가 왔다. 이 캠페인의 취지는 사람이 할 수 없는 부분을 동물들이 대신 채워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기 위함이 아닐까. 즉, 동물은 더 이상 인간의 소유물이거나 의존적인 생명체가 아니라 지구를 함께 공유하고 살아가는 하나의 존재로 인정해가는 과정 중 하나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앞서 말한 이유를 들어 나는 산타독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한다. 사심을 담아서 만약 당신이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다면 산타독 참가를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다른 단체들이 이 귀엽고 용맹한 영웅들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반려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많이 기획해주었으면 하는 반려인의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친다.
산불피해지역 복구를 위해 나선 작은 영웅들, ‘산타독(Santa Dog)’.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