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뮤지컬에 열광하는가? -뮤지컬 용어 I want song

사 람들이 왜 뮤지컬에 열광하는가? 혹자는 이렇게 질문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현대에는 영화, 드라마, 연극, 굳이 포함하자면 요즘 뜨겁게 대두되는 메타버스 등 다양한 오락 거리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중에서 왜 뮤지컬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의문을 품을 수가 있다. 뮤지컬은 기본 티켓 값이 몇만 원을 오르락 내리락하고, 어떤 표는 좌석 하나에 십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것들도 있다. 과연 그러한 것들은 어떻게 영화 푯값에 수십 배나 비싸면서 치열한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뮤지컬 매니아, 소위 말해서 ‘뮤덕’(‘뮤지컬 덕후’의 준말)들은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짜릿함이 있잖아요!” “제가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해서요.” “(해당 뮤지컬) 작곡가의 음악이 마음에 들어서요.”라고 다양한 답변을 하곤 한다.
오늘 필자가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들이 뮤지컬 티켓을 끊게끔 이끌어내고 자극한 다양한 동기나 원인들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단 하나의 관점으로 ‘사람들은 왜 뮤지컬에 열광하는가?’에 대한 답변을 하고자 한다. 그것은 극장으로 발을 옮긴 동기도 아니고, 뮤지컬 산업이 코로나 이전까지 계속 성장하던 이유도 아니다.
이것은 그러한 동기와 이유들의 기저에 있는 원초적이고 단순한 원리이다. 외부의 환경, 이를 테면 경제적 호황이나 온라인 팬덤 문화의 확산 같은 거시적 변화가 아닌 인간 내면의, 내부의 미시적 변화이자 작용이다.
Daylight, I must wait for the sunrise
일광, 나는 해가 떠오르길 기다려야 해요
I must think of a new life
나는 새로운 삶을 생각해야 해요
And I mustn’t give in
그리고 나는 굴복하면 안 돼요
When the dawn comes, tonight will be a memory too
새벽이 오면, 오늘 밤 또한 기억이 될 거예요.
And a new day will begin
그리고 새로운 하루가 시작할 거예요.
-뮤지컬 “Cats” 넘버 ‘Memory’중 일부-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로 꼽히는 ‘캣츠’의 대표곡 Memory의 가사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한때는 매혹적이고 아름다웠던 고양이 ‘그리자벨라’는 덥수룩하고 망가진 몰골로 ‘Memory’를 부른다. 예전엔 ‘화려한 고양이 그리자벨라(Grizabella the glamour cat)’라고 불렸었던 그녀지만, 더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서 젤리클 사회를 떠났었다. 그녀의 풍모는 아름답지 못하고 흉측했지만, 새로운 삶을 받을 고양이를 선정하는 축제날에서 과거의 아름다웠던 기억을 회상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뮤지컬 캣츠에서 가장 압권인 순간이다.
이렇게 그리자벨라의 want가 세상으로 발현되는 순간에 불려지는 노래가 아이원트송이다. 주인공의 자아가 세상의 표면 위로 드러나면서 세상과 대립되는, 기존 조연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아우라를 뽐내며 극의 주인공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 많았던 비난과 고난을
떨치고 일어서 세상으로 부딪혀 맞설 뿐
지금 이 순간 내 모든 것 내 육신마저,
내 영혼마저 다 걸고 던지리라, 바치리라
애타게 찾던 절실한 소원을 위해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넘버 ‘지금 이순간’중 일부-
한국에서 가장 뜨거웠던 뮤지컬을 꼽아보라 하면 ‘오페라의 유령’, ‘빨래’, ‘레베카’ 등 많이 떠올라 고르기 망설여진다. 그런데 한국에서 유독 인기가 있었던 뮤지컬을 꼽아보라면 ‘지킬앤하이드’라고 말할 것이다. 아버지와 정신분열증 환자를 위해 인간의 본성을 악과 선으로 분리하는 약을 개발 중이던 지킬이 세상에게 외면당하고 스스로를 실험대상으로 삼아 주사를 투입하는 순간 세상과 한 사람의 자아는 대립된다. 반인륜적이라는 이유와 정신병자들을 인간 이하의 취급을 하던 세상으로부터 지킬은 아버지와 불쌍한 사람들을 치료하려던 want를 억압당해왔다. 그런 억압받았던 want가 무대 위에서 화산처럼 터져 나오는 장면은 관객들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관객들도 배우에 몰입해서 자신이 ‘지킬’이 된 것인 양 그의 입장에서 극을 관찰하게 된다. 그런 무대 위에서의 밀고 당김이 끝난 후,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남을 것인가? 지킬앤하이드의 결말에 대한 아쉬움이 남을 것인가? 아니면 지킬처럼 병들고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싶었던 나만의 작은 want가 남을 것인가?
혹자는 물을 수 있다. “사람들은 왜 뮤지컬에 열광하는가?” 그것은 관객들 저마다의 want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왜 뮤지컬에 열광하는가? -뮤지컬 용어 I want song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