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지만 자꾸 가고 싶은 편의점, “불편한 편의점”

불편하지만 자꾸 가고 싶은 편의점, “불편한 편의점”

편의점은, 다양한 물건을 쉽게 살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해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은 “불편한 편의점”이다. 불편하지만, 편안하다?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단어를, 소설은 차분하게 풀어나간다.

소설은 ‘독고’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독고’는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저 노숙자 출신으로 서울역을 배회하던 사람이었을 뿐, ‘독고’ 자신마저 알코올성 치매로 본인의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렇게 흘러가던 시간을 보내던 중, 그에게 편의점 야간 알바라는 일자리의 기회가 주어진다. 양심이라는 인연을 통해서, 편의점주인을 알게 되었고 ‘독고’라는 사람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던 점주는 ‘독고’에게 공백이 생긴 편의점 야간자리를 맡긴다. ‘독고’의 외모는 아무래도 노숙자 출신이던 터라, 전혀 깔끔하지 않았다. 또한 큰 덩치를 가지고 있어, ‘독고’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약간의 위화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남들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본인이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독고’를 만난 그 누구도 처음에는 ‘독고’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를 알게 된 모든 이들은 그에게 마음을 열고 자신의 이야기를 내보였다. 이들에게 ‘독고’는 특별한 해결방법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그저 본인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 만으로 이들은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움직였다. 그 과정에서 ‘독고’ 또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대화하며 마음속 상처부터 죄책감 등이 치유되었다. 그리고 본인의 과거에 대한 기억을 다시 찾게 된다.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은 후, 독고는 자신의 삶의 목적을 찾게 되고, 편의점 야간 알바를 그만두고 떠나며 이야기가 끝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이 떠올랐다. 취업이라는 막연한 미래 앞에 길을 잃은 사람, 자신의 삶의 목적을 잃은 사람, 관계적으로 건강하지 않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 등등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눈앞에 당면한 스트레스는 즉각적으로 해소하지 않으면, 그대로 마음의 짐이 된다. 해소되지 않는 무거운 짐을 지고 그대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한번 꼬여버린 실타래는 처음에 조그만 크기에서 점점 크기가 더 커지고 복잡해진다. 마음에 걸릴 만큼 큰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 나중에는 어떤 시작을 할 때에 걸림돌이 된다. 우리는 이 문제를 자꾸만 별게 아니라며 넘겨버리려고 한다. 잠시 멈춰서 생각해야한다. 어디서 어떻게 문제가 생겨난건지, 내가 해결할 수는 있는 문제인지. 잠시 멈춰서, 믿을 만한 누군가에게 정말 솔직하게 나의 문제에 대해서 말해보자. 어쩌면 해결될 것 같지 않던 문제가, 정말 자그마한 움직임으로 해소될 수도 있다. 이 소설에서는 ‘독고’라는 인물을 그 장치로 쓰고 있다. ‘독고’는 상담전문가도 아니고, 출신을 알 수 없는 노숙자이다. ‘독고’를 처음 마주한 사람들은 그가 노숙자였다는 것, 또는 친근하지 않은 외모에 반감을 가졌다가 이내 ‘독고’라는 인물이 가진 타인을 향한 순수한 진심에 마음을 연다. 각박해지는 세상 가운데, 진심을 보이는 사람은 결국 손해를 본다는 논리에 반박을 하는 것 같았다. 다들 속고 속이고, 빼았고 뺏기는 것 같지만 그 속에 한줄기 진심이 있다. 또한 사람들은 그 한줄기의 진심에 마음이 녹고, 눈물을 흘린다.

편의점이라는 장소적 장치도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좋았다. 어느 동네든 편의점이 없는 곳은 없다. 그리고 누구든지 편의점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이 편의점은 규모가 엄청나게 큰 편의점이 아닌, 소규모 편의점으로 주변 마트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이 친근하고,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편의점은 망할 것만 같으면서도 망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것 하나 특별할 것 없이 태어난 삶, 어쩌면 주변인들보다 뒤쳐지는 것 같은 삶속에서 우리는 부단히 노력하며 살아간다. 때로는 훨씬 멋져보이는 사람들의 그늘에 가려져 좌절하곤 한다. 그리고 또 넘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 진심과 또 남을 향한 배려로 삶을 살아가고, 다시 일어날 의지와 희망이 있다면 언제든 사람은 일어날 수 있다. 비록 멋진 사람이 되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 살 수는 있다. 바로 이 불편한 편의점이 비록 멋있지는 못하더라도, 사회의 한 구석을 차지하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멋진 사람이 되기는 어렵다면, 진심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보자. 누군가는 그 진심을 알아줄 것이고, 그 진심안에서 새로운 시작이 싹틀 수도 있다. 그리고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라면, 나의 마음 한 켠에 있는 어려운 마음을 믿는 이에게 솔직하게 내려놓아보자. 내려놓음에서 그 문제의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수 있다.

불편하지만 자꾸 가고 싶은 편의점, “불편한 편의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