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뜻한 엽서도서관 POSET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은 꾸밈없는 주택가를 개조한 공간들이 많아서 그런지 갈 때마다 잔잔함을 느끼고 온다. 잔잔함에 담백함을 더해주는 장소가 생겼다. 바로 오브젝트에서 운영하는 <POSET> 엽서도서관이다. 무려 3,200여 개의 엽서가 있다고 한다. 여러 창작자들의 고유한 매력이 녹아있는 일러스트, 사진, 그래픽이 엽서와 카드, 그리고 100여 종의 편지지가 있다.
6월 3일에 첫 오픈한 <POSET>은 도서관에 가득한 책들이 엽서로 바뀌는 상상을 하며 도서관에서는 책을 골라 읽고, 필사하는 모습들이 떠올라 포셋에서는 서로에게 주고받는 메시지, 나를 위한 기록들과 누군가를 생각하며 써 내려가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채워나가고자 만든 공간이라고 설명을 했다. 매주 월요일 휴무이고 운영시간은 12시부터 20시다. <POSET>은 연희동의 ‘연희빌딩’ 3층에 위치해있으며 엘레베이터는 따로 없어서 계단을 이용해서 올라가야 한다. 올라가는 순간 입구에 놓여져 있는 노란 간판으로 이 곳만의 감성이 느껴지고 날마다 바뀌는 출입구의 웰컴 카드에 위로를 받는 느낌도 든다.
<POSET>만의 분위기에 반한 점도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예진문 작가의 <당신에게 건네는 39가지 여정> 전시를 하고 있는 점도 이 곳을 추천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예진문 작가는 인테리어 소품 브랜드 포스터샵, 오티에이치콤마 (Oth,)의 작가로 유튜브,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만의 감성을 기록하고 <예진문의 취미기록>을 출간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전파하고 있다. 6월3일부터 7월 31일까지 진행하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여행을 다니면서 기록했던 사진과 글을 볼 수 있다.
기록 보관함을 열기 전, 열쇠고리에 걸린 질문지를 꼭 확인하고 마음 속으로 답을 생각하고 열어보길 추천한다. ‘한국에 있는 나는 이런 경험이 있었고 그 당시에는 그런 생각이 들었었는데’ 하며 보관함을 여는 순간, 작가님의 여행기록에 과거를 치유 받는 느낌이 든다. 작문실력이 너무 좋아 놀라고 천천히 글을 읽으며 한 장씩 넘기다가 맨 뒷장의 사진에 또 한번 놀란다. 캐비닛 여행이라는 단어가 생각날 정도로 캐비넷을 열면 각 나라마다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사진이 가득 차있다.
작가노트에는 자신을 잃어버릴 것 같은 날이 올 때, 본인에게 질문을 했다고 한다. 질문들의 답변이 쌓일수록 자신의 취향, 싫어하는 것, 좋아하는 것, 언제 행복해지는지, 언제 불행함을 느끼는지 등을 느끼며 자신에 대해 알아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 생각들은 어두웠던 자신의 앞날에 밝은 등불이 되어줬던 경험이 됐기에 관람객에게도 등불을 찾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말했다시피 문을 열기 전 자신에게 질문을 하는 거 외에도 QR코드 스캔도 할 수 있는데 QR을 찍으면 현장에서 직접 녹음한 생생한 소리와 어울리는 음악과 함께 감상하며 전시를 즐길 수 있다. 몇몇은 헤드셋을 챙겨와서 푹 빠져 있었다. 예진문 작가의 전시 중 자신에게 질문하고 작성할 수 있는 질문지가 있다. ‘어느 순간에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나요?’, ‘당신의 삶에 영향을 준 사람이 있나요? 있다면 그 사람은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줬나요?’, ‘어떻게 살아가고 싶나요?’, ‘삶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등 자신에 대해 더 깊이 알 수 있는 기회인 것 같다. 먼 훗날 자신을 잃어버릴 것 같은 날에 질문지를 작성했던걸 읽어보며 앞으로 살아가는 데에 삶의 지표가 되길 바란다는 작가님. 보면서 내내 들었던 생각은 ‘예진문은 천재가 분명해.’ 갓진문 전시 추천한다.
평소 엽서를 모으시는 취미가 있는가? 그럼 포셋을 조심해야 한다. 통장이 텅장으로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엽서도서관으로 운영중인 곳이라 다양한 작가들의 사진, 일러스트, 그래픽 등의 개성이 넘치고 따스함을 느끼는 엽서가 나열되어있다. 너무 많아 모두 기억은 나질 않지만 드로잉메리, DYKIM, 예진문, 소소문구, 이우연 등 많은 작가들의 엽서가 있다. 누군가에게, 또는 내 자신에게 선물을 하고 싶어 하나 둘씩 고르다 보니 내 손에는 13장 정도의 엽서가 있었다. 정신차리고 겨우 고르고 골라 4장만 구매하고 왔다. 엽서마다 가격이 다르니 확인하시고 구매하길! 포셋에는 ‘기록보관소’라는 자신만의 보관함 서비스가 있다. 대여 비용은 11,000원이며 자신만의 편지, 일기, 사진, 소지품 등 내 기록을 저장할 수 있는 추억저장소라고 할 수 있겠다. 한달 동안 빌릴 수 있어서 올 때마다 기록을 쌓아가며 저장할 수 있고 한 달을 채운다면 한 달의 기록을 모아보는 재미도 있을 거 같다.
또한 ‘기록보관소’를 구독한 고객은 창가에 앉아 작성할 수 있는 1인 테이블 예약도 가능하다. 월 2번, 3시간씩 예약을 할 수 있고 예약을 하지 않은 현장 방문 고객들은 비어있는 테이블을 사용할 수 있다. 각 테이블에는 필기감이 좋은 볼펜으로 유명한 미도리 볼펜이 마련되어 있다. 구매를 원한다면 매장에서도 연필, 볼펜 등 판매하고 있으니 구매하시면 좋을 듯하다. 엽서 구매 후 앉아서 편지를 작성해 보시는 건 어떠한가? 내가 방문한 날에는 다섯 테이블 모두 만석이라 앉지 못했는데 다음에는 꼭 한번 이용해보고 싶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공간활용을 잘해둬서 알차게 전시를 즐길 수 있었고 <POSET>만의 감성을 가득 느끼고 올 수 있어 좋았다. 무더위에 지쳐 엽서 속 사진만으로도 여행에 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공간, <POSET> 소개를 마치겠다.
따뜻한 엽서도서관 POSET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