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끝은 새드엔딩일까? <라라랜드(La La Land, 2016)>

당신은 꿈과 사랑 둘 중 한 쪽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사람들은 다들 저마다의 삶의 기준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한다. 가족, 사랑, 꿈, 돈 등 우선순위에 들어가는 항목들은 다양하다. 누군가 나와 다른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서 선택한다고 해도 우리는 그를 비난하거나 나무랄 필요가 없다. 그는 그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오늘 내가 가져온 영화도 비슷한 맥락에 있다. 관객들은 이 영화의 끝이 해피엔딩인가 새드엔딩인가에 대해서 열띤 토론을 했다. 마치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안건을 다루듯이. 한창 라라랜드의 인기가 뜨거울 때에는 TV의 유명 연예인들 조차 그들의 엔딩을 두고 옥신각신 떠들었다. 라라랜드는 어떤 영화이길래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게 된 걸까?

라라랜드는 2016년에 개봉한 드라마, 뮤지컬, 멜로 영화이다. 배우를 꿈꾸는 ‘미아(엠마 스톤)’과 진정한 재즈를 꿈꾸는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의 사랑 그리고 성장 이야기. 둘은 우연히 마주치게 된다. 우연이 반복되고 그들은 사랑에 빠진다. 서로를 알아가는 초반에 그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꿈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미아는 영화 세트장 옆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자신을 찾아온 세바스찬을 데리고 영화세트장 속을 걸어다닌다. 배우로 활동했었던 이모를 따라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미아. 가끔 각본도 쓴다는 미아의 말에 세바스찬은 미아의 꿈을 응원한다는 듯이 칭찬한다. 세바스찬도 자신이 좋아하는 재즈를 보여주기 위해 미아를 재즈바로 데려간다. 재즈를 싫어한다던 미아는 세바스찬의 설명을 들으면서 재즈를 알아간다. 어떠한 사건을 계기로 그들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했고 만나게 된다.

만나는 동안 그들은 각자의 꿈을 위한 도전도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그들의 사랑과 꿈 모두 점점 힘들어져 갔다. 배우 오디션에서 계속 낙방하는 미아와 경제적 현실에 자신이 싫어하는 장르의 음악을 선택한 세바스찬. 결국 그들은 사랑과 꿈 모두를 잃는듯했다. 어느날 세바스찬에게 미아의 오디션 연락이 왔고, 헤어진 후 고향에 가 있던 미아를 찾아내 오디션장으로 향했다. 연기를 접을 것 처럼 말했던 미아도 흔들리게 된 것이다. 오디션이 끝나고 그들은 마주 앉는다. 그리고 미아는 꿈을 좇아 파리로, 세바스찬은 남아 자신의 꿈에 가까워진 미아를 보면 자신도 하고 싶은 일을 계획한다. 시간이 흘러 미아는 배우가 됐고 세바스찬은 재즈바 사장이 된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우연히 둘은 재회한다. 세바스찬이 운영하는 재즈바에서. 남편을 옆에 둔 미아와 피아노를 치는 세바스찬은 눈을 맞추며 서로를 응원한다는 식으로 웃어 보이며 영화는 끝난다.

찬찬히 라라랜드의 줄거리를 적다 보니 라라랜드의 OST와 장면들이 떠오르는 듯하다. 처음 라라랜드를 봤을 때 이 영화는 새드엔딩이라고 생각했다. 사랑했던 여자가 다른 남자와 결혼해 아이가 있고 자신이 차린 재즈바를 찾아왔을 때의 세바스찬의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슬플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시에 나는 사람 사이의 관계, 사랑이 제일 중요하다고 여겼나 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만큼 슬픈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뭔가 그들의 눈빛이 너무나도 아련해서 영화를 보는 나까지도 이별한 연인을 마주친 것처럼 아련했기 때문이다.

라라랜드를 좋아하는 다른 친구와도 엔딩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친구는 너무나도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했다. 이유는 그들의 사랑은 아쉽게도 이어지지 못했지만 그들이 서로를 만나기 전부터 꿈꿔왔던 것들은 모두 이루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관계는 어느 시점에서 끝이 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꿈은 그들이 포기하지 않는 이상 여전히 그들의 마음 속에 남아있다. 그렇게 평생을 꿈꿔왔던 것을 이룬 그들에게 슬픔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친구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라라랜드를 여러 번 다시 돌려봤다. 그들의 눈맞춤이 ‘너와의 추억이 그리워’가 아니라 ‘꿈을 이루었구나’, ’멀리서도 너를 응원할게’라고 느껴진다. 예전의 나와 현재의 나는 우선순위가 달라진 것이다. 예전의 나는 관계를 우선시 했다면 현재의 나는 나의 발전을 더 우선시 하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영화는 해피엔딩인가? 새드엔딩인가?’에 대한 답은 없다. 그저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따라 답은 변할 뿐이다. 글을 읽은 당신은 어떤 엔딩이라고 생각하는가?